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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30 00:40

급히 지른 신발이지만 쓸데없이 운명이로다 소소함

원래 오늘 신고 나온 신발은 작년인가 재작년에 사서 여름 내내 뻔질나게 신고 다니던 (언니의) 갈색 샌들이었다. 언니는 발가락이 길어 240까지 신어봐야 아는 235사이즈고, 나는 발사이즈만 놓고 보면 225지만 발볼이 심하게 넓어서 235까지 넘어갈 수 있는 230사이즈라 내가 억지로 언니 신발을 꿰어차지 않는 한 같은 신발을 나눠신기 힘들다(라기엔 내가 언니 신발을 너무매우 노림 ㅋㅋㅋ). 언니의 갈색 샌들은 235사이즈지만 밑창의 발 앞부분이 넉넉해 언니의 발가락도 수용ㅋㅋㅋ해주고, 발목부분에 든든한 스트랩이 있는데다 뒷부분을 지퍼로 잠그는 타입이라 나도 발 뒤축 헐떡거림 없이 안정적으로 신을수 있어 자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더랬다... 그런데 신발주인보다 내가 눈치보면서 살살 신은 적이 더 많다는 게......
여튼 그 샌들이 이래저래 좋았지만 얼마나 험하게 신었던지 여기저기 흠집이 나 있는 게 에러. 그리고 오늘 일이 터짐.

버스 좌석에 앉아 무심코 발을 내려다봤는데... 오른발에 꿰어신은 신발 뒷부분이... 내 발뒤꿈치를 받쳐주는 그 넓은 부분이... 해어지다 못해 너덜너덜 찢어졌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신나서 신고 나왔는데... 어쩐지 삼선이 신은것마냥 오른발 안쪽이 자유롭더라...

버스는 부평을 향해 달리고 나는 고민에 빠졌다. 이걸 으째... 삼선이를 사자니 착용감이 별로고 쪼리를 사자니 월초에 지른 쪼리 생각이 나서 싫고. 발볼이 넓으니 싼 샌들은 아니 지르느니만 못하다. 그래서 얼렁뚱땅 가을용 신발로 쓸겸 비싸도 괜찮은 걸 사자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보고 말았던 것이다...



빠밤. 부평지하상가 르버니블루 매장 앞엘 갔는데... 난 사실 올리브영 옆의 풋마트인지 뭐시기를 가려다가 잠시 멈춰선것뿐인데...... 뭔가 부직포를 보들보들하게 만든것같기도 하고 두꺼운 수채화용 종이의 표면같기도 한 생김과 질감이 확 들어왔던 것이다. 슬립온이 내게 늘 욕망의 대상ㅋㅋㅋ이지만 쉽게 질러지지 않는 그 무언가였는데 하필 르버니블루 슬립온이 눈에 띄고 말았고 마음이 슬그머니 매장 안으로 들어가는 그런 순간이었다.
신발을 만지작대며 이걸 신어볼까 뭐든 물어볼까 말까 망설일 때 매장 아주머니의 사이즈 묻는 질문이 들려오고 업된 목소리로 230을 외치면서 이미 마음은 반쯤 넘어감ㅋㅋㅋ 신어봤더니 사이즈가 딱 맞아! 어마무지한 발볼이 아주 딱 맞긴 하지만 의지로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이야! (나중에 혹시나 해서 235를 신어봤는데 발볼은 거의 변화없고 뒤축이 헐떡헐떡... 아... 230을 지르라는 뜻이구나...) 여기서 마음은 이걸사고말겠숴스니커즈든뭐든알게뭐여!로 훅 쏠림.
색상은 회색 보라 살구 초록...이었나 요래 네가지 있었던듯. 처음 찍어둔 보라색이 마음에 들었지만 회색과 살구색에도 조금 마음이 가서 색상 고민을 하려는 순간 매장 아주머니는 입고 있는 옷이랑 보라색이 훨씬 잘 어울린다는 한마디로 마음을 정해주셨슴다. 우왕ㅋ

아빠 미안... 아빠카드로 긁었어 삼만구천원...



그래서 얼른 샌들을 벗어던지고 새 신을 신었다. 우왕우왕. 발이 껴보이는건 착각임...... 지금 신기엔 더운 감이 없진 않지만 가을엔 주구장창 신어댈 것 같다.
급하게 샀지만 나랑 눈맞은 신발이니 이것은 운명이다... 운명인것이다... 어서 그렇다고들 해주세요......



그리고 언니에게 욕을 배불리 얻어먹지 않기 위해 뇌물로 스벅 쿨라임을 사다 바쳤더니 효과가 있었...!
사실 효과라고 할것도 없이 언니가 새신을 먼저 보고 자초지종을 듣더니 너무 쿨하게 '어차피 갈색신발 스크래치 엄청나고 망가지기 직전이어서 버릴때 됨ㅇㅇ'하는 반응을 보였다. 짐짝으로 들고있지 말고 버리라는 말에 바로 버렸음ㅋ

덧글

  • 아프리콧 2012/08/30 00:52 #

    으악!! 뭐에요!! 색깔 진짜 이뻐요ㅠㅠㅠㅠ으앙 귀엽다..... 저도 시내나가면 한번 들러봐야겠어요!! 그나저나 매장 아주머니 굉장히 센스있으시네요ㅋㅋ
  • 두부 2012/08/31 13:39 #

    니히히히히히힛 다른색도 이뻐요!! 하지만 제가 산게 제일 이ㅃ.......그렇다고 하고싶습니당. 매장아주머니는 아주머니 특유의 찰떡같은 친화력으로 요모조모 봐주시고 비교도 해주시더라고요ㅎ 덕분에 기분좋게 샀어요ㅋㅅㅋ
  • 니은 2012/08/30 17:46 #

    버니블루 좋은데..
    몇번 신고나면..너덜너덜..해진다는 단점이..--
  • 두부 2012/08/31 13:42 #

    잉 그런가요? 그래도 지난 겨울에 샀던 건 아직 괜찮습니다 ㅎㅎ
    발끝으로 걸어다니면서ㅋㅋㅋ곱게곱게 신어야겠어요!
  • 니은 2012/08/31 14:16 #

    맞아요.. 빨고나면.. 처음 그 예쁜 모양이 없어져서요..^^
    곱게곱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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