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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7 15:17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Ernest & Celestine, 2012) 즐거운눈

더빙판, 20140226 @ 롯데시네마 파주아울렛
군데군데 스포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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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자막판을 보고 싶었지만 여기서 제일 가까운 상영관이 인천, 부천과 구로... 포기한다. 그래도 더빙판 보는 게 아쉽지는 않았다. 두 주역을 알만한 성우 두 분이 맡고 계셨다. 장광/박지윤님.
다만 봄방학 시즌+더빙판이라 어린이관객을 피하는 게 변수였는데... 소용없었다. 하루에 한 회밖에 안 해서ㅠㅠ...
+ 영상은 동화적인데 내용은 현실적. 어린이보단 어른에게 맞을 듯한 애니메이션이다. 나는 울었는데 주변 꼬마들은 다 재미없다고 징징징... 너희들은 낚였어.

1. 가난한 음악가인 곰 어네스트와 그림그리는 쥐 셀레스틴. 둘은 각자의 사회에서 주어진/강요받은 길을 거부한, 사회의 아웃사이더들이다. 어네스트는 법조인 집안을 박차고 나왔고, 치과의사 수련생 셀레스틴은 곰 이빨을 가지러 간 와중에도 스케치에 열중하다 큰 위기를 겪기도 한다.
쥐의 생명과도 같은 앞니를 치료하는 치과의사가 최고라는 생쥐의 사회에서, 셀레스틴의 그림은 '딴짓'으로 치부되며 무시받고 경멸당한다. 셀레스틴의 그림을 순수하게 칭찬해 준 존재는 어네스트가 처음이었다. 나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마음을 나누는 존재가 친구라면, 생쥐 사회의 친구들보다 이 곰이 훨씬 친구에 가깝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2. 만화라 가능한 위기요소들의 구성이 재미있다. 둘이 도주에 사용한 차에 셀레스틴은 주변풍경과 똑같은 색을 칠해 완벽히 위장되도록 한다. 그런데 비가 오면서 도색이 녹아내리고, 가파른 언덕에 세워놓았던 차가 거꾸로 굴러가며 바퀴자국을 남기면서 원위치까지 굴러간다. 녹은 물감을 밟은 바퀴가 연두색의 바퀴자국을 남겨놓으면서 단서를 제공한다.

3. 얼결에 도주자 신세가 된 둘은 같이 살게 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즐거운 나날을 보내지만, 각자가 막연하게나마 알고 있다. 이 불안한 행복감은 오래 가지 못할 거란 사실을. 도주자의 심리를 악몽과 환영/환청, 라디오 방송과 같은 요소로 표현하는데 어른인 나도 불안불안 콩닥콩닥..

4. 영화는 편견/선입견, 이기심 등 어른이 깔아 놓은 부조리를 슬쩍슬쩍 건드려놓는다.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었던 건 이런 요소를 배제한 순수한 교류와 우정이려나.
- 지상의 곰 세계와 지하의 생쥐 세계. 이어지면서도(패러렐 월드?-_-???) 서로를 혐오하면서도 서로 두려워하는 두 무리들. '더러운 쥐!'와 '곰은 생쥐를 잡아먹어!', 공통적으로는 '곰과 생쥐는 친구가 될 수 없어!'
- 사탕가게를 운영하는 아빠 곰과 이(틀니?) 가게를 운영하는 엄마 곰. 아들 곰은 사탕을 먹고 싶지만 아빠는 절대 못 먹게 하면서 말한다. "사탕을 먹으면 이가 썩고, 이가 썩으면 엄마 가게에서 이를 사고. 돈이 두 배로 들어오는 거야. 네 이만 안 썩으면 돼."
-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의 첫 만남. 배고프고 돈도 없고 악기까지 뺏긴 어네스트는 쓰레기통을 뒤지다가 쓰레기통 안에서 잠든 셀레스틴을 발견하고 한입에 먹어치우려고 한다.
- 경찰은 거리에서 공연한다는 이유로 음악이 밥벌이 요소인 어네스트에게서 악기를 뺏고 벌금을 물린다. 후에 재판정에서 셀레스틴은 이에 대해 항변한다. 배고픈 아저씨를 왜 아무도 돕지 않았냐고. 그러게나 말이다.
- 사탕과 이빨을 털어가고, 남의 차를 타고 도망친 둘에게 부과하려는 형벌의 강도가 예상보다 꽤 강하다. 쥐덫형벌..?
- 편견이 강한 각자의 사회에서도 '실제로 보니 괜찮네...?'라고 생각하는 부류는 있지만, 의견을 소극적으로나마 표현하고도 압력에 의해 바로 꼬리내려야 하는 불편한 현실.

5. 군데군데의 영상미가 마음에 깊이 남는다.
- 생쥐 도시에서 시작되는 도주 장면. 쥐 경찰관 무리의 표현과 움직임이 인상깊다.
- 셀레스틴이 그린 설풍경을 어네스트가 음악으로 표현하는 부분. 색채의 생동감.
-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이 재회하는 장면. 마침내 재회하게 되는 순간, 둘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배경은 하얗게 페이드아웃된다. 마치 세상에 아무것도 없고 단 둘만 있는 것처럼. 생쥐 도시도, 곰 도시도 아닌 둘만의 세계가 펼쳐진 것처럼. 가슴이 찡해와서 눈물이 찔끔.

6. 기회가 된다면 다시 보게 되지 않을까. 더빙판이든 자막판이든.


덧글

  • 2014/02/28 23:23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2/28 23:5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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